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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소수자라는 유령
이글루스에서 벌어지는 호모포비아 논쟁은 다양성과는 아무 상관이 없다. 일단 대부분의 글이 당신 주변에 동성애자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가정 하에 써지고 있는 상태에서 무슨 다양성을 말하는가. 이글루스에서 일어난 호모포비아 논쟁이 가장 잘 보여주는 것은 이 사회에 성소수자의 자리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뿐이다. 모두가 이글루스에, 인터넷 세상에, 이 사회에 동성애자나 성소수자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듯이 글을 써대고 있다. 당신과 논쟁하고 있는 상대가, 글을 읽고 있는 이글루스 유저가, 인터넷에 접속하는 네티즌 중 누군가가 동성애자일 거라는 생각을 왜 하지 못하는가. 이토록 철저히 '비가시적인 존재'를 당신들은 본 적이 있는가. 이렇게 같은 사회 안의 사람들이 보고 싶어하지 않는, 마치 없는 것처럼 생각하는 유령 같은 존재를 당신들은 본 적이 있는가. "동성애자를 싫어한다고 생각하는 건 엄연한 권리이고 죄가 되지 않아요. 동성애자 앞에서만 말하지 않으면 되잖아요"라고 인터넷 공간에 쓰는 용기는 어디서 나오는가. 당신들이 당연히 이성애자일 거라고 가정하는 존재가 아직 당신에게 커밍아웃하지 않은 동성애자일 수도 있다는 상상을 왜 하지 못하는가. 당신들의 블로그 이웃이, 밸리에 들어오는 이글루스 유저가, 게이라는 단어를 검색해서 블로그에 유입한 사람이 성소수자일 수도 있다는 생각을 왜 하지 못하는가. 블로그에 "게이가 싫어요"라고 쓸 수 있는 사람이라면, 커밍아웃하지 않은 친구 앞에서 "나는 게이가 싫어. 나는 게이를 혐오해"라고 말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 사람은 그래놓고도 게이가 아닌 이성애자 앞에서 동류의 의견과 감정을 나누었을 뿐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그런 이유 때문에 이 사회에서 성소수자들이 커밍아웃할 수 없는 것이고 커밍아웃한 성소수자가 지극히 소수인 것이다. "나는 게이가 싫어, 그냥 특별한 이유도 없이 싫어, 싫어, 그냥 싫단 말이야"라는 당신들의 생각이 이제 막 벽장 밖으로 나오려는 게이, 레즈비언, 바이섹슈얼의 입을 막고 그들을 벽장 안으로 밀어넣을 것이다. 그렇게 이성애자들만의 세상을 보고 이성애자들만의 세상을 만들고 이성애자들만의 세상에서 사니까 참으로 좋겠다. 참으로 즐겁고 행복하겠다.
by 당고 | 2010/01/05 16:00 | 사소한 | 트랙백 | 덧글(37)
신경증

0.
신년 우울. 새해가 되어도 달라지는 게 없다는 지극히 당연한 사실이 나를 우울하게 만든다.

1.
신년 우울은 따지고 보면 그저 호르몬의 작용일지도 모른다. 성교육 책을 보면 가끔 "생리는 부끄러운 일이 아니다" 같은 구절이 나오는데 생리는 정녕 부끄러운 일이 아니다. 불편한 일일 뿐이지. 어떤 때는 조금 불편하지만 어떤 때는 많이 불편하다. 육체적인 불편함보다 한층 더 혐오스러운 것은 정신적인 불편함이다. 30~40년 동안 호르몬의 지배를 받는 정신이라니. 히스테리를 부리지 않을래야 아니 부릴 수 없다.

2.
겨울의 욕실은 못 견딜 만큼 춥다. 커다란 주전자에 물을 데워 욕실 한구석에 두고 샤워를 한다. 주전자에서 나오는 뜨거운 수증기가 욕실의 차가운 공기를 조금은 누그러뜨린다. 샤워기에서 나오는 물은 처음엔 뜨거웠다가 조금씩 차가워지곤 한다. 왜 한겨울 욕실은 따뜻할 수 없으며, 샤워기의 물은 일정한 온도를 유지할 수 없는가. 고작 요만한 일에 부조리를 외치며 접시물에 코를 처박고 싶다. 다시 뜨거운 물이 나오기를 기다리는 시간이 더디다. 지나간 세월은 빠른데 뜨거운 물을 기다리는 1분, 2분은 왜 그리 느리단 말인가. 시간도, 공간도 그야말로 상대적이다.

3.
바빠서 며칠 동안 책을 한 줄도 못 읽었다. 이것도 우울의 원인 중 하나.

4.
어릴 적 친구들을 만났다. 모두 집은 강남이고 기독교 신자에 국가의 녹을 먹으며 살아가고 있다. 그녀들은 소개팅이나 선을 통해 남자를 만나고 결혼을 꿈꾼다. 남자는 교회에 다녀야 하고 담배를 피우면 안 된다. 스무 살 이래로 이런 사람들과 인연을 맺은 적이 없는데 어릴 적 친구들은 끊을 수가 없다. 올해도 나에게 크리스마스 카드를 보냈다고 한다. 나는 봄에 이사를 해서 예전 주소로 보낸 그 카드를 받을 수가 없는데. 애정에 화답하고 싶지만 화답할 수가 없다. 받을 수 없는 곳으로 보내진 카드처럼 그녀들이 애정을 보내는 곳에 지금의 나는 없다. 더 자주 보자고 청하지만 나는 1년에 서너 번 만나는 것도 버겁다. 나는 선량하고 평범하고 부유한 사람들과 관계맺는 능력을 상실한 것인가!

5.
4번의 친구들조차 이명박을 싫어한다! MB는 전 국민의 화합을 위해 이 땅에 내려온 '마법' 같은 존재인 듯!

6.
이죽거리고 짜증내고 히스테리를 부리는 건 모두 호르몬 때문이다. 며칠만 지나면 이 불안한 마음자리도 잠잠해질 게다. 한 해를 제대로 살아낼 수 없을 것 같다는 마음 약한 소리 따윈 쑥 들어갈 게다. 모든 게 겨울이고 새벽이고 달거리 중이라 그렇다.

7.
헉! 방금 깨달은 사실. 우울해도 배는 고프다. 야식이 하고프다. 혹시 배가 고파서 우울한 걸까. 나는 그냥 돼지일까. 정녕 배고픈 소크라테스보다 행복한 돼지가 나은 것인가.

by 당고 | 2010/01/04 02:51 | 사소한 | 트랙백 | 덧글(36)
2010 새해 결심
2010년 한 해 동안 연습하고 싶은 것은 두 가지다. 하나는 사랑하는 사람들을 전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이며, 다른 하나는 최선을 다한 다음에 실패하더라도 부끄러워하지 않는 것이다.
늘 다른 사람과 사회를 비판하고 날을 세우는 데 많은 시간을 써왔다. 사회 속에서 루저 아니면 불평분자로 지목되고 다른 사람의 행태를 지적하기에 바쁘다. 물론 그런 비판과 지적이 잘못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나의 지적질과 훈장질이 한 개인이나 사회를 바꾸는 데 얼마나 영향을 주었는지를 생각하면 회의적이 된다. 나는 크리스트교 신자가 아니지만 어쩌면 나의 역할 모델은 예수 같은 사람인지도 모른다. 대담하게 지적하고 때로는 강하게 비난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 바탕에 애정이 깔려 있지 않다면 그 무슨 소용일까. 아무리 비뚤어지고 폭력적인 사람이더라도 사랑받을 가치가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진심을 다해 받아들이고 그런 사실을 믿고 싶다. 특히나 내 주변의 사랑하는 사람들을 늘 긍정적인 시선으로 바라보고 싶다. 그들이 어이없는 일을 저지르더라도, 실수를 하고 실패를 하더라도, 그들에게 무한한 잠재력과 창의력과 영감이 존재한다는 것을 믿어주고 싶다. 진심을 다해 그런 것들을 믿고 내가 그들을 믿는다는 것을 표현하고 싶다. 그것이 그들의 티끌을 지적하는 것보다 그들의 발전에 더 큰 도움이 된다는 것을 나 자신에게 증명하고 싶다.
최선을 다한 다음에 실패하는 것을 부끄러워하지 말자는 것은, 지금까지 나의 실패를 부끄러워해왔기 때문에 세운 목표는 아니다. 최선을 다하지 못하는 것부터 고치고 싶은데, 최선을 다하지 못하는 생활태도의 근저에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 있기 때문은 아닌지 자문하는 과정이어서 그렇다. 본말이 전도된 것일 수도 있지만, 실패를 부끄러워하는 것부터 고치면 최선을 다하는 것도 따라오지 않을까 하는 생각 때문이다. 비록 또다시 실패하더라도, 최선을 다한 다음에만 느낄 수 있다는 '아, 하얗게 불태웠어. 이젠 죽어도 만족해' 같은 기분을 느껴보고 싶다ㅋ 진짜 내 인생에 이런 느낌이 단 한 번도 없었다는 것은 나로서는 비극이다, 비극.
나머지는 자잘한 것들이다. 하루에 물 한 잔도 제대로 마시지 않는 나를 반성하며 매일 물을 자주 마시자든지, 위클리 다이어리에 할 일을 성실히 정리해보자든지, 소설만 읽지 말고 인문학 서적을 가까이 하자든지 뭐 그런 것들이다. 거의 매일같이 하는 야식을 줄이자는 것도 있는데 솔직히 자신이 없다ㅠ_ㅠ
2010년에도 이글루스에서의 블로깅은 계속될 것 같다. 새해 인사는 요 아래 포스팅에서 이미 한 번 했지만 복은 많이 나눌수록 좋은 거니까. 여러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예전에는 새해 인사 돌리는 일도 요식행위라고 싫어했는데 달라진 점이다.) 축복하고 기원하는 일은 많이 하면 할수록 좋은 게 아닌가 싶다. 가난한 이 없고 아픈 이 없고 불행한 이 없는 세상을 진심으로 기원한다. 여러분이 행복하기를 기원한다. 그래야 나도 행복할 것이다.
by 당고 | 2010/01/01 00:00 | 사소한 | 트랙백 | 덧글(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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